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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기업·문화’ 최고인데…무능 엘리트가 점령한 ‘K-정치’만 퇴보

lsmin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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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 : 15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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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검수완박’ 법안 본회의 처리 방식을 놓고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진석 부의장 사이에 몸싸움과 설전이 벌어졌다. 퇴행적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국회사진기자단
 


■ 박성민의 Deep Read - 한국 정치의 몰락

국민의힘은 혁신 두려워하고 민주당은 혁신에 둔감… ‘정치 귀환’의 시대지만 정당 플랫폼 기능 상실
美정치, 최강 엘리트 덕분에 여전히 최강 패권… 韓, 민도의 수준·밀도에 맞는 ‘정치의 재구성’ 절박



전쟁과 혁명의 시대에는 정치가 역사무대의 주인공이었다. 20세기가 그랬다. 미국 정치가 세계를 이끌어갔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신호로 엄습한 세계화의 물결 속에 역사무대의 주인공은 경제와 소프트파워로 대체됐다. 정치가 이끌던 시대는 종언을 고하는 듯했다. 그때도 국제정치의 주도자는 미국이었다.

이제 다시 전쟁의 시대, 탈세계화의 시대가 찾아왔다. 기 소르망이 미국-이라크전쟁 와중에도 찬사를 보냈던 ‘미제’(Made in USA·2004년)는 약발이 많이 떨어졌지만, 미국 정치는 여전히 세계 최강의 패권을 행사 중이다. 평균 민도가 미국보다 높다는 한국 정치는 갈수록 퇴화한다. 민도에 맞는 정당의 재구성, 정치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정치의 퇴조

냉전 끝 무렵이던 1980년대까지 미국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지도자였다. 냉전이 끝난 1990년대 이후 빌 클린턴의 위상은 많이 떨어졌다. 빌 클린턴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이름이 수직 상승했다. 2000년대 들어서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는 극단적인 진영 싸움으로 더욱 위상이 떨어졌다. 그나마 그때가 좋았다. 2016년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는 계파의 수장에 불과했다.

21세기 들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질서가 무너졌다. 경제와 첨단기술의 시대가 되자 세계 지도자 자리를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같은 엔지니어들이 차지했다.

정치는 시간·공간·영향력·시스템 등에서 경제나 문화와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앨빈 토플러는 이미 ‘부의 미래’(2006년)에서 여러 조직의 혁신 속도를 자동차 속도에 비유했다. 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데 정치는 시속 3마일로, 법은 1마일로 달린다고 한탄했다. 현재의 정치 시스템은 지식 기반 경제의 속도와 고도의 복잡성을 다룰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세상이 365일 24시간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AI 시대에 정치와 법은 산업시대 낡은 기계로 대항하고 있다.

기업은 다른 나라에 공장을 지을 수도 있고 투자할 수도 있다. 스포츠 선수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뛸 수 있다. 영화감독이나 배우도 국경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후 “1인치 장벽에 관한 이야기를 했지만 이미 장벽은 무너지는 상태였고, 유튜브 스트리밍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모두 연결돼 있다. 이제는 외국어 영화가 이런 상을 받는 게 사건으로 취급되지 않을 것 같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 것 같다”라고 했듯, 정치는 퇴조했다.



◇엘리트와 대중

정치의 퇴조와 함께 찾아온 또 하나의 변화는 엘리트와 대중의 위상 역전이다. 피터 드러커가 예견한 대로 엘리트가 대중이 되고, 대중이 엘리트가 됐다. 정치인은 학력·경제력·정보력·기술 적응력에서 대중을 앞서지 못한다.

필자는 2006년에 펴낸 책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중이 정치인을 두려워하는 시대는 가고, 정치인이 대중을 두려워하는 시대가 왔다.…여기 원형극장이 있다. 노예 출신의 검투사들은 피를 흘리며 싸우다 죽어간다. 황제와 귀족들은 술을 마시며 이를 즐긴다. 그러나 지금 칼을 들고 싸우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놀랍게도 황제다. 대중들은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다. 정치인은 더 이상 통치하는 자가 아니다.”

정치인은 ‘죽지 않기 위해’ 칼을 휘두르는 원형극장의 검투사이거나, 피를 흘리며 바닥을 기는 격투기 선수 신세가 된 것이다. 얼마 전 이준석 대표가 자신과 윤석열 대통령을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와 코모두스에 비유한 것도 그런 인식의 연장선에 있다.

그 와중에 정당은 ‘플랫폼’ 기능을 상실했다. 정당이 오프라인 매장이라면 최근 정치는 온라인으로 대중과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바뀐 지 오래다. 트럼프, 마크롱, 윤석열 모두 정당 몰락의 상징이다. 필자는 ‘정치의 몰락’(2012년)에서는 “냉전이 끝나고 세계화가 시작되자 정치의 성취는 10분의 1로 줄어들고 경제와 문화, 스포츠의 성취는 열 배로 커졌다. 전쟁과 혁명의 영웅들이 차지하던 자리를 기업인들과 문화, 스포츠 스타들이 채우고 있다”고 썼다.

◇정치의 귀환과 한국

이제 첨단기술을 놓고 격화하는 미·중 전략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미국과 중국의 대만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강대국 정치의 귀환’과 함께 전쟁의 시대를 예고한다. 세계화의 시대도 막을 내리고 있다. 경제·첨단기술·문화예술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정치의 영향력과 역할이 되살아났다.

변화에 민감하고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할 줄 알아야 역사를 이끌 수 있다. 세상에는 네 부류가 있다. 변화를 이끄는 부류, 변화를 뒤쫓는 부류, 변화에 둔감한 부류, 변화를 두려워하는 부류. 정치도 마찬가지다. 지금 한국에서 변화를 이끄는 정치집단은 없다. 변화를 뒤쫓는 정당조차 없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변화에 둔감하다. 그나마 ‘새로고침위원회’가 유권자 지형을 여섯 그룹으로 나눈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현재 극도의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정당정치나 의회정치의 퇴조에 대한 근본적이고 신랄한 반성은 없다. 당명 개정을 포함해 전통적인 민주당을 재구성하려는 의지는 약해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부류다. 내부 갈등으로 밤을 지새우면서 이준석 대표 체제의 ‘낯선’ 변화에 놀래 ‘익숙한’ 과거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득권·낡음·과거·분열을 상징하는 당이 돼 버렸다. 내년 초 전당대회에서 변화를 좇는 방향으로 선회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침몰할 것이다.

현재 ‘K-기업·문화·스포츠’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산(Made in Korea)은 최고를 뜻한다. 그사이 정치는 한국의 리스크로 자리 잡았고, 역대 대통령은 최대 리스크가 됐다. 한국의 정치는 실패를 재생산하고 있다.

◇정치 재구성

오늘날 ‘미제’는 한국산 등에 밀려 속속 최고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지만, 세계 정치의 최강 패권은 여전히 미국이다. 그건 0.01%의 뛰어난 정치 엘리트가 나라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변화에 둔감하고 무능한 엘리트들이 점령한 한국 정치는 세계사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퇴보 중이다. 그나마 민도가 높아 대한민국이 버티고 있다. 민도의 수준과 밀도에 맞는 정치의 재구성이 절박해졌다.

정치컨설팅 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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